아이와 단절되지 않으면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브랜드 그룹 리드 송명진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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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17년 차, 금융사 재직 중인 남편과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있어요.
브랜드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풀무원 전체 기업/제품 브랜드와 디자인 전략, 웅진, 롯데, 엘지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JOH(제이오에이치)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삼성물산, 매일유업 기업브랜드 및 제품브랜드 통합 리뉴얼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 ‘블록’을 창업해 서비스 운영을 하다가 3년 전 코니에 합류했어요. 빠른 성장속도, 진정성 있는 브랜드, 재택근무 환경에 매력을 느꼈고, 코니가 글로벌 브랜드로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코니의 브랜드그룹 리드로 브랜드마케팅팀, 포토/영상/디자인팀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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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니에서 일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아침 7시 40분에 일어나서 딸의 아침을 챙겨주고 8시 40분 함께 등원해요. 홈오피스로 세팅한 방에서 9시쯤 슬랙에 접속하며 업무를 시작합니다. 코니의 집중근무 시간은 10시-17시 이기에 10시까지는 주로 개인 업무에 집중하며, 10시부터 본격적으로 팀원들, 유관부서들과 협업과 화상회의가 이루어집니다. 저의 경우 점심시간을 별도로 갖지 않는 편이고, 업무 시간 중 배려시간제를 활용해 중간중간 아이의 하교와 등하원을 합니다. 6시 10분쯤 남편이 귀가해 아이를 맡고, 7시쯤 저녁을 준비해 먹어요. (저녁 준비 시간이 부족해 평일 저녁 2번 정도는 배달음식이나 외식으로) 남편이 설거지하고 아이 숙제를 봐주는 동안 잠시 밀린 업무를 합니다. 10시쯤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나면 12시 정도(때론 새벽까지)까지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초등학교 이전까지는 등하원 시간이 일정했고, 기관의 보육 시간이 길어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는데 올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업무시간과 하교/등하원 시간을 조율하는데 큰 혼란이 생겼어요. (초등은 월-금 스케줄이 다름 & 방과후수업의 합격 여부에 따라 하교시간이 요일마다 달라짐)
월,수요일은 오후 4시 25분에 하교합니다. 하교와 동시에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4시 55분에 다시 업무를 하다가 6시 5분에 하원을 시켜요. 화, 목요일은 오후 2시 50분에 하교 후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학원으로 라이딩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3시 20분에 업무를 이어갑니다. 5시 20분에 하원해서 집에 돌아와요. 금요일은 3시에 하교 후 자란다 서비스(코니 복지포인트 사용)로 집에서 피아노 수업을 받아요. 방문 선생님을 맞이한 후 3시 30분 홈오피스에서 업무를 이어갑니다. 1시간 피아노 수업이 끝나면 4시 40분에 근처 학원으로 데려다주고 돌아와 4시 55분에 업무를 이어가고 6시 5분에 하원하면 숨가쁜 일주일을 마치게 됩니다.
등하원/등하교 1회당 약 15~30분 정도 사용해요. 집중근무 시간(10-17시) 사이에 하루 평균 2회 정도입니다. 휴대폰에 요일별/시간별 알람을 맞춰두고, 사내 공유용 구글캘린더에는 해당 시간 부재중 표시를 해서 구성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해요. 1시간, 30분 단위를 넘어 5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데 익숙해졌어요. 재택근무와 배려시간제 덕분에 일을 하면서도 아이의 기본적인 등하교, 등하원 시간을 커버할 수 있어요. 등하교, 등하원, 요리는 제가 담당하고 청소, 빨래, 설거지, 학원 시간표 짜기, 숙제하기, 아이와 함께 놀기 등 많은 부분을 남편이 전담합니다. 재택근무지만 꼭 필요한 오프라인 미팅이나 아이가 아플때는 남편이 주로 휴가를 씁니다. 비율로 보면 남편이 60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제 육아비중은 적지만 출퇴근자가 할 수 없는 핵심 시간대를 제가 커버하기에 남편이 크게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워킹맘으로서 코니의 재택근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산 후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이 오면 10시 출근, 4시 퇴근 가능한 회사가 있으면 가겠다고 했어요. 당연히 그런 회사는 없었습니다.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성향이지만 매일 일과 아이 사이에서 시간에 쫓기는 삶은 싫었어요. 코니의 재택근무와 배려시간제는 일하면서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일에 몰입하면서도 아이와 단절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에 가깝습니다. 아이와 가까운 곳(집)에서 치열하게 일하면서 꼭 필요한 순간에는 아이에게 다가갈 수있는 따로 또 같이의 시간.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일생의 한 번 뿐일 아이와의 시간들을 최소로 희생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입니다. 아이를 돌볼 최소한의 필수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지만 만족할 수밖에 없어요. 일반 회사에서는 이 최소한의 필수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커리어를 중단하거나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단절된 상태로 보내기에. 매일 숨가쁘게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필수적인 시간들(등하교, 등하원, 저녁부터 잠들때까지)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더불어 출퇴근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없고, 책임감을 기반으로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자율성이 주어지는 코니의 재택근무가 개인적으로 잘 맞아요. (특히 날씨가 궂은 날 집에서 일하면 평소보다 더욱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Q. 코니의 재택근무와 업무방식이 생산성에 있어 효율적인가요?
근본적으로 재택근무는 불필요한 이동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으며, 혼자인 환경에서 더 몰입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니는 슬랙, 구글, 피그마 등의 공유 기반 온라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중심이에요. 이슈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피드백 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하며 협업 관계자들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노력하는, 일 잘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게 합니다. 이전보다 업무를 체계적이고 구조화 하는 능력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Q.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의 양육과 업무 병행에 있어 직면하는 새로운 어려움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셨나요?
학기초 한 달 정도는 카오스가 따로 없습니다. 매일, 매주 등하교 시간이 달라요. 입학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에서 저녁 6시에 하원하던 아이인데 초등학생이 되니 낮 12시 전후로 하교를 합니다. 하교 후에 이어지는 방과후교실도 입학 이후 추첨을 시작해 (당첨되면)한달 뒤부터 시작했고, 저녁까지 학교에서 케어해주는 단 하나의 희망, 돌봄교실은 떨어졌습니다. 한창 일할 시간인 12시에 하교하는 아이를 어찌해야할지 몰랐어요. 대부분 학원들도 1시간짜리 수업이 주로 개설되기에 매 시간 등하원에 시간을 쓰면 연속적인 업무 집중이 불가능했어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택근무이기에 초등 전까지의 등하원스케줄(9-6)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고, 변화된 악조건 속에서도 개인 업무는 지장 없이 할 자신이 있었지만 협업이 한창인 오후 시간 중간중간을 계속 비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어요. 왜 초등 1학년이 워킹맘의 무덤인지를 절실히 깨달았어요. 재택근무라도 이건 안되는 것이였어요.
협업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퇴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니는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니까 같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답변을 받았어요. 마침 이랑님에게도 초등 1학년에 입학하는 첫째가 있었기에 더 현실적으로, 즉각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사내 초등 입학 부모가 총 4명이었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들이 업무를 큰 지장없이 이어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한 끝에 초등학교 저학년 온보딩 지원 프로그램(배려시간제, 자란다 포인트 제공)이 탄생했습니다. 이를 통해 4명의 초등 입학 학부모 모두 무사히 1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Q. 재택근무를 하는 동시에 집에서 육아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어떠신가요?
재택근무를 하며 동시간에 물리적인 육아는 불가능해요. 재택근무는 아이와 단절된 상태가 아닌 연결된 상태로, 안정감을 갖고 일한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니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중심에 화상 회의가 많은데 아이가 옆에 있으면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습니다. 함께 집에 있더라도 업무하는 동안에는 다른 누군가가(가족/방문교사 등) 아이를 돌봐야 하고, 누군가 아이를 돌보는 환경에 내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에요. 매순간 아이를 돌보지는 못하지만 거의 하루종일 아이와 단절되는 일반 직장인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안도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고, 이런 컨디션을 이해하고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업무적으로 충분히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코니가 최근에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었어요. 함께 가서 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오프라인 미팅이 있을때 아이의 등하원이 애매하다면 데려갈 생각이에요. 사무실 인테리어를 디렉팅 하며 인테리어 회사와 자주 통화하는 것을 아이가 옆에서 보고 들었어요. 원래도 엄마 회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종종 ‘회사 인테리어 언제 끝나?’라며 물었고 궁금해 했어요. 아이가 방문하는 상황을 기본 옵션으로 설계했기에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어요. 사무실에 가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사무실 매니저 또는 자란다 선생님)에게 맡기고 업무를 할 것입니다.
Q. 코니에 커리어 증진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추가로 도입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방학 대책 프로그램. 여름방학 한 달도 쉽지 않은데 겨울방학은 무려 두 달이에요.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학기중에 세팅한 모든 시간표가 리셋되었고, 업무 시간 만큼, 아니 적어도 2-3시간 연속적으로 맡길 수 있는 기관이나 학원을 찾기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지난 여름방학은 여러 상황이 운좋게 맞아떨어져 한 달간 가족과 유럽에서 워케이션을 하며 보냈지만, 이번 겨울 방학은 아직 계획과 업무 캘린더링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기업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일까 싶지만 구성원들의 업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쉽지 않은 문제인것 같아요.
Q.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어떤 점이 필요한지 자유롭게 이야기 해 주세요.
우선 코니같은 재택근무와 배려시간제가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남편 직장도 워라벨이 좋은 편이지만 출퇴근 시스템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등하교, 등하원)이 많습니다. 학교는 종종 일반 공휴일이 아닌 날에도 쉬고, 아이는 어른보다 자주 아픕니다. 아이가 집에 있어야 하는 날엔 부모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차원에서는 재택근무가 보조적인 근무형태가 아닌, 재택근무도 기본 근무형태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의 보조적 형태의 재택근무는 업무 시간을 집으로 옮기는 구조이기에 진짜 집에서 일을 하는지, 자리를 얼마나 비우는지, 업무시간을 다 채우는지 감시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재택근무를 지속할 수 없어요. 어디에서 일하든 목표와 결과물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협업이 가능한 구조와 시스템을 먼저 세팅해야 재택근무가 정식 근무옵션 중 하나로 활성화 될 수 있고 많은 직장인들에게 기꺼이 허락될 것입니다. 기업은 집에서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는 집에서도 제대로 일하는 부모들에게 각종 아이돌봄을 충분히 지원한다면 아이 키우며 일하는게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